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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님 칼럼

 

2023년 9월 가을 찬가

  • 최성훈
  • 조회 : 353
  • 2024.02.06 오후 09:27

노란 국화꽃은

가을을 노래하고,

 

오곡백과는

풍요로움을 안겨주고,

 

오색 단풍은

가을을 대변하고,

 

가을바람은

사랑과 행복을 싣고 온다.

 

<김영국>

 

좀 성급한 가을찬가를 소환해봅니다. 장마의 태풍으로 습한 여름의 파이널 코스를 달리는 우리네 삶은 한 부분 고달픈 모습이 있습니다.

그러나 무더위 끝에 찾아온 아름다운 손님. 가을은 신부처럼 우리의 상투적 태도를 바꿔냅니다.

더위에 지친 일상에 새로움을 선물로 주며, 다시 삶의 의미를 자각하게 합니다.

 

에메랄드색을 뿌린 듯 하늘에는 하이얀 새털구름으로 수놓고, 산들바람에 살며시 나와 얼굴을 흔드는 코스모스와 흰 머리를 날리는 은백색의 억새가 춤을 춥니다.

파스텔화를 닮은 듯한 산야(山野)는 아름다움을 그립니다.

우주를 코스모스라고 처음으로 칭한 사람은 수학자 피타고라스.

아주 작디작은 꽃잎 속에 별들이 숨어 있으니, 꽃잎 한 장에서 우주를 다 본 것 아닐까요.

 

바람이 시원해집니다.

시끄러운 세상사에서도 땅은 참 의연합니다. 봄에는 가뭄, 여름에는 홍수로 사람의 마음을 애태웠지만 그럼에도 땀 흘리는 농부에게 땅은 풍성한 곡식으로 진지한 응답을 합니다.

 

때론 증오의 불길이 수천 목숨을 앗아가고 복수의 칼날을 날카롭게 벼리는 세상. 욕망과 미움은 점점 더 속도를 내며 달립니다.

그럼에도 바깥의 가을은 여지없이 밤부터 우리의 문을 노크합니다.

 

영원한 더위는 없다고..

영원한 고난은 없다고..

이것도 다 지나갈 것이라고..

그러므로 변치 않는 것을 붙잡으라고..

 

이제 바깥이 더워 실내에 은거했던 사람들은 시원한 강가로 나와보라.

사무실에 앉아서 오늘도 재택의 숫자 싸움을 했던 사람들도 저 하늘을 보라.

실패와 거절감의 그림자에 가려, 우울한 인생의 뒤안길을 걷고 있는 젊은이들은 다시 벌판을 달려보라.

흉심을 품고 어둠의 종이 되었던 사람들은 가을의 빛을 온몸으로 맞아보라.

다리가 떨리고, 가슴이 답답한 사람들은 집 밖을 나와 끝없이 열려있는 하늘을 보라.

 

가을 들녘은 왜 그토록 어리석게 사느냐고 묻는 듯합니다. 조금이라도 이 땅의 의연함을 배울 수 있지 않느냐고 가을은 말을 걸어옵니다.

 

이 가을 앞에서 우리는 심은 대로 거둔다는 농심(農心)을 읽습니다. 고개 숙인 벼를 보고 겸손의 미덕을 배웁니다. 인고의 결실로 미래를 준비하는 자연의 오묘함을 배웁니다. 알알이 익은 과실에 태풍과 바람, 천둥과 가뭄이 낳은 위대한 인내의 열매를 배웁니다. 그리고 이 가을은 우리에게 겨울을 준비하라는 사랑의 기회를 배우게 합니다.

이 가을 저 높은 하늘에서 인생을 보시고 손짓하시는 그분을 뵙니다.

 

-박인용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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