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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의 코드는 생명입니다. 그것은 희망으로 비약됩니다. 죽었던 나무들의 소생은 아름다운 꿈입니다. ‘소생하다’ 라는 말을 저는 좋아합니다. 힘이 무력한 야곱이 총리가 된 아들 요셉이 보낸 수레를 보고서야 “기운이 소생한지라” 하였습니다. 새로운 삶의 의욕이 불일 듯 일어났다는 겁니다.

희망의 코드로 다시 꿈을 꾸게 되었다는 겁니다. 사람의 말에는 생명의 DNA가 있기도 하고, 죽음의 DNA가 있기도 합니다. 어떤 말은 속에 들어가면 독이 되어 내 몸을 마비시킵니다. 어떤 말은 기어코 생명을 움트게 합니다. 세상은 생명의 세력과 죽음의 세력의 치열한 접전장입니다.

콜드는 그룬트비에 의해 세워진 덴마크의 국민고등학교입니다. 그룬트비는 덴마크 교육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한 사람으로 그의 소박하고 알아듣기 쉬운 강의는 듣는 사람들에게 항상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자기 강의 내용을 필기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평생 한 권의 저술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한 학생이 말했습니다. “선생님, 저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있으면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그럴 때마다 그 내용을 써두지 못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그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걱정 말게. 땅속에 묻는 하수관은 땅위에 표시를 해두어야 찾아낼 수 있겠지만 살아있는 씨앗은 별다른 표시를 해두지 않아도 반드시 움을 틔우는 법일세. 내 말이 산 것이라면 어느 때이고 자네의 삶속에서 되살아날 것이 분명하네.”

모래나 씨앗은 겉보기에는 비슷합니다. 그러나 모래는 생명이 없고 씨앗은 있습니다. 가치의 판단은 겉모양의 크기나 꾸밈에 있지 않습니다. 그 생명력에 두어야 합니다.

어느 시인이 말했습니다. “씨앗을 손에 들고 새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고. 얼마나 가슴 벅찬 이야기입니까? 씨앗을 뿌리면 싹이 날 것이고 자라서 나무가 되면 새들이 깃들일 것입니다. 그것은 아름다운 비약입니다. 아주 작은 씨앗이 조금씩 성장하는 것은 순리이지만, 머지않아 커다란 나무로 변한다는 사실이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사실 기적은 한낱 몽상이 아닙니다. 꿈을 가꾸는 데서 비롯됩니다. 그래야 꿈이 현실로 이루어집니다.

겨자씨 이야기도 마찬가집니다. 사전에서는 겨자씨가 ‘아주 단단하고 매섭고 생명력이 응집되어 있다’고 하지만, 사실은 육안으로 겨우 분별한 정도의 몸피를 지녔을 뿐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씨앗 속에 이미 하늘나라를 잉태하고 있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과학으로만 듣고자 합니다. 시인의 상상력을 가져보십시오. 희망은 생명과 동의어입니다.

우리의 가슴에 씨앗이 제대로 떨어지면 꿈틀거립니다. 생명역사입니다.

끊임없이 물이 공급되고, 따뜻한 사랑의 온기가 감싸면 역사는 일어납니다. 끊임없는 사랑으로 그 안에 생명을 움트게 하는 것, 희망의 사람들이 하는 것입니다.

2000년 3월 2일. 서울 중앙병원에서 한 생명이 탄생했습니다. 아이의 이름은 최지원입니다. 당시 지원이의 체중은 468g이었습니다. 정상적인 신생아의 8분의 1에 달하는 아주 작은 생명이었습니다. 그러나 부모와 의사들은 이 어린 생명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24시간 동안 딸의 곁을 지키며 눈물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아이의 맑은 눈망울을 보며 반드시 살려내야 한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매일 눈물의 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누가 뭐래도 저 아이는 내 사랑스런 딸입니다”

지원이는 지금 특수음식을 먹으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때 눈물 한 방울 분량의 특수액체가 하루에 섭취하는 음식물의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생명을 귀하게 여긴 부모와 의료진의 사랑이 지원이를 살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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