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와이드교회

담임목사님 칼럼

 

2022년 10월 당신에게 가을은 어떻습니까

  • 최성훈
  • 조회 : 64
  • 2024.02.06 오후 09:17

습하고, 끈끈한 한여름은 태풍과 함께 지나가고 있습니다. 저녁으로 몰아치는 바람은 분명 시원함을 머금은 북서풍의 풍향은 여름의 그것은 아닙니다.

10월은 누구에게든지 한숨을 돌리며, 잠시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절일 것입니다. 오곡백과가 풍성하고, 고추잠자리가 평화롭게 나는 가을은 참 평화로움을 안겨줍니다. 어머니의 품이 바로 이런 것처럼 다가옵니다. 한여름의 피곤과 지침의 날을 가을 땀이 닦아 줍니다.

살포시 찾아온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단풍과 은백색의 억새의 흔들림은 무딘 감성의 사람에게도 심장을 흔들어 놓습니다. 태풍과 모진 태양의 기운을 견디고, 그 빛깔을 가득 담은 가을 열매는 마음조차 풍요롭게 합니다.

하늘은 청아합니다. 에메랄드 보석처럼 펼쳐진 캔버스에 새털구름으로 뿌려진 하늘은 그 자체를 보는 것으로도 힐링입니다.

흔들거리는 억새 풀을 보며 아메리카노 내음을 맡으며 관조하는 그 즐거움은 아름다운 가을이 주는 쉼표입니다. 눈이 부실 정도의 아름다움을 누가 찬란한 슬픔이라고 표현했던가요.

그런데 내가 가을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것만이 아닙니다. 번성하다 못한 풍성한 나뭇잎이 조락해 가는 계절에 나는 종말을 느낄 수 있기에 좋습니다. 표현하기 힘든 신비스러운 우수가 밀물처럼 다가옵니다.

그 속에서는 유한에서 무한의 음성을 듣게 하는 조물주의 음색이 있습니다.

가을의 그 화려함은 조락간에 무채색으로 시들어 떨어져 밟히는 낙엽이 됩니다. 떨어진 잎사귀에서 인생을 봅니다. 그리고 그 가을이 몰고 올 삭풍이 휘몰아치는 엄동설한의 겨울이 오는 선발대임을 알게 됩니다. 뒤따라오는 삭풍의 겨울은 모든 것을 삼켜 버립니다. 지평의 어느 것도 두 팔을 벌리지 못하게 합니다. 푸른색 침엽수만 온몸을 오그리고 생존의 몸부림을 볼 뿐입니다.

결코, 노란 가을의 색은 빨간 인생 종착역의 신호등으로 바뀔 수 있음을 보여주는 마지막 신호입니다.

그런 면에서 어느 계절보다 가을은 나를 돌아보게 하는 메시지로 가득한 계절이 아닐까 합니다.

코스모스 꽃이 만발하여 하늘하늘 반기는 고갯길을 따라 걷노라면 지난날 넘나들던 삶의 애환이 어우러져 문득 자신의 자화상을 보게 합니다.

코로나 쇼크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단절하고, 강제적 혼자만의 시간을 강요했습니다. 이 코로나 터널을 지나면 밝은 일상의 삶이 오리라고 소망합니다. 그러나 코로나 땅에도 여전히 가을의 종소리는 필연적으로 다가옵니다. 이 소리는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습니다.

이 땅의 거민들은 세상사로 시끄럽고 심지어 혼란의 노략질이 있었을지라도 가을의 땅과 하늘은 의연합니다. 증오의 불길이 타오르고, 명분 없는 탐욕의 전쟁으로 파괴의 파편이 지축을 흔들며 수많은 젊은 생명을 앗아감에도 가을 손님은 절대로 멈추지 않습니다.

각각의 사람들이 욕망의 엑셀레이터를 브레이크 없이 밟아, 위험한 질주를 하는 인생들을 향해 가을은 말합니다.

곧 인생의 겨울이 앞에 있다고 가을은 노란색에서 빨강 신호등으로 바뀌기 전 같기도 합니다.

가을이 발산하는 애정 깊은 메시지를 당신은 듣고 있습니까. 유한한 인생이 유한 만을 보고 그 이후를 보는 눈이 열린다면 당신은 가을의 찬가를 부를 이유가 있습니다.

고대 로마 청년들이 가을이면 이렇게 외쳤다고 합니다. 묘지를 밝히기 위해 관솔불을 켤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 술을 주신 박카스 신을 위하여 마시고 또 마시자라고 했다고 합니다.

가는 세월이 아쉬워 오늘의 한잔으로 그 속에 묻히고 싶은 것이 풍류로 아는 사람에게 가을은 더 무서운 메시지로 다가옵니다.

 

인생의 겨울, 마지막 준비를 하라.

슬픈 화려함은 곧 대지를 황량한 무채색의 벌판으로 만드나니, 대비하라, 준비하라, 그리고 잠시 멈추고 오늘 어디로 가는지를 생각해봐라.

영원을 준비하라.

그리고 있을 때 잘해라.

 

-박인용 목사-




  • 자동등록방지 이미지
  • 번호
  • 제목
  • 등록일
  • 작성자
  • 조회
  • 1
  •  2022년 10월 당신에게 가을은 어떻습니까
  • 2024-02-06
  • 최성훈
  • 65

게시글 확인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십시오.

게시글 삭제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십시오.

게시글 수정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