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의 부전자전을 키워라
그 가운데 스스로 은퇴를 공언하고 있는 차두리의 폭풍 드리블은 분명 한국축구의 희망이었습니다. 지긋한 연령대의 팬들에겐 그것은 낯익은 모습이었습니다. 바로 한국 축구의 대들보 ‘차붐’의 부활을 보는 것 같습니다. 그 모습에서 차붐이 오버랩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호랑이처럼 물고, 치타처럼 질주하는 모습은 폭주기관차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늪에서 탈출하는 한 줄의 구조라인이었습니다.
35세가 넘는 그의 체력을 보고, 그의 기술과 돌파력을 보고 은퇴는 결코 해선 안 되는 한국축구의 대들보라는 소리가 나옵니다. 그는 늪축구라고 일컫는 난조의 팀 가운데서도 한줄기 길을 뚫는 초고속 열차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오만 전에서도 그는 폭풍질주로 도움을 주어 한국의 늪탈출을 도왔습니다.
그 모습을 보던 아버지 ‘차붐’은 “내가 하던 것과 똑같이 네가 하는구나!” 하며 기쁨을 숨기지 못합니다.
부전자전. 호부호자(虎父虎子)는 잘난 부모 밑에는 잘난 자식밖에 나올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호랑이는 개를 낳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우리의 역사 속에서도 반드시 아비 좋은 것을 이어받은 왕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삼국을 거치며 반도의 한계를 지정학적인 강점으로 삼아 부흥케 한 우량 인자를 전수한 가문도 있습니다.
•고국양왕-광개토대왕-장수왕: 할아버지는 형과 함께 국가의 기틀을 바로 잡아, 자손들이 정복왕으로 이름을 떨치게 되는 발판을 마련하였습니다. 3대가 고구려의 강국 시절을 이끌었습니다.
•걸걸중상-대조영-대무예–대흠무: 아버지는 고구려 사람이었으나 고구려가 나당 연합군에 의해 패망한 뒤, 고구려 유민들을 이끌고 당나라에 맞서 고구려의 부흥운동을 전개했습니다. 아들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당나라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둬 발해를 건국하여 멸망한 고구려의 국통을 잇는데 성공합니다. 손자는 당나라를 무찌르고 발해를 강국으로 만들었으며 증손자 대흠무는 발해를 번영시켰습니다.
•김무력-김서현-김유신-김원술: 신라에 의해 멸망한 금관가야의 왕자 김무력은 신라에서 장군이 되어 한강 유역을 점거하는 데 큰 공을 세웠고 그 아들 김서현 역시 진평왕 때의 전란기에 백제와 고구려와의 싸움에서 활약했습니다. 그 아들인 김유신이야 삼한통일의 일등공신. 차남인 김원술은 신라군이 당군에게 참패한 석문 전투에서 살아 돌아왔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버림받았고, 결국 어머니에게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 가풍의 영향으로 이후 매소성 전투에서 큰 공을 세웠습니다.
•태종 무열왕-문무왕-신문왕: 할아버지 태종 무열왕은 뛰어난 외교실력으로 나당 동맹을 체결하는 등의 뛰어난 능력을 가진 왕이었습니다.
거기에 삼한 통일의 주역으로서 첫 포문을 열었으며, 아버지 문무왕은 백제와 고구려를 연달아 정복하여 삼국을 통일, 손자 신문왕은 통일된 신라를 굳건히 하여 나라의 태평성대를 열었습니다.
•허엽-허봉, 허성, 허난설헌, 허균 : 이들을 가리켜 당대에 허씨 5문장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습니다.
•독고성–독고영재, 박노식-박준규, 최무룡–최민수, 태진아–이루, 허장강–허준호, 황해-전영록: 연예계의 블루칩들도 가계의 DNA가 있기 때문인 듯합니다.
•김구-김신: 아버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이끈 독립운동가로서 맹활약을 펼쳐 현재 대한민국에서 국부에 준하여 존경하는 인물입니다. 아들 김신 역시 대한민국 공군의 창군 멤버로서 한국전쟁에도 참전해 빨치산 토벌에 크게 기여하고 공군 참모총장과 교통부 장관, 국회의원까지 지냈습니다.
•손정도-손원일: 아버지는 진정한 기독교도로 나라를 위해 독립 운동에 헌신한 목사였고 손원일 제독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독립 운동을 하였고 대한민국 해군의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좋은 습관은 좋은 체력조건만큼이나 좋은 달란트를 물려줍니다. 이 시대에 각 분야에 음식이든, 가구든, 기계기술, 음악, 스포츠 영역이든 ‘부전자전’의 세계적인 장인들이 나오길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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